핵·미사일 문제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한이 주민들의 반미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중앙TV는 4일 ‘미제를 찌르는 분노의 칼창-풍자시 ’벌거벗은 아메리카’’라는 제목의 ‘시 소개편집물’을 방영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미제를 찌르는 분노의 칼창-풍자시 ’벌거벗은 아메리카’ ’라는 제목의 ‘시 소개편집물’을 방영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미제를 찌르는 분노의 칼창-풍자시 ’벌거벗은 아메리카’ ’라는 제목의 ‘시 소개편집물’을 방영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이 프로그램은 “미제국주의자들이 반세기 동안 극단적인 대조선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일삼는다”며 “미국의 으르렁거림이 다 늙어 병들어 죽어가는 승냥이의 마지막 신음보다 못하게 들린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미제와는 오직 총대와 맞서 싸워야 할 것”이며 “침략의 원흉 미제가 무릎을 꿇고 항복할 때까지 핵 보검을 더욱 억세게 들자”고 강조했다.
 
북한 최초의 김일성 우상화 예술단인 ‘백두산 창작단’의 단장이자 ‘인민예술가’ 수상자였던 백인준(1919∼1999)이 60년 쓴 풍자시 ‘벌거벗은 아메리카’는 반미교육의 대표적인 시다. 이 시는 주한 미군의 만행을 규탄하며 ‘구린내 나는 알몸뚱이’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북한은 이 시의 내용으로 풍자극 ‘벗었다’를 창작해 반미사상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아동영화 ‘토끼 형제와 승냥이’의 제4부 ‘부러진 검은 날개’를 방영하며 “원쑤(원수)들은 숨통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먹기 위해 온갖 간악한 짓을 다 한다”며 “그놈들이 살아있는 한 절대로 마음을 놓지 말고 싸울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며 어린이·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미교양의 강도를 높였다.  
 
승냥이는 개과의 포유동물로 잔인하고 성격이 난폭하며 천적은 호랑이·표범 등이다. 미국을 승냥이로 형상한 아동영화 ‘토끼 형제와 승냥이’는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방영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아동영화 ‘토끼형제와 승냥이’의 제4부 ‘부러진 검은 날개’을 방영하며 “원쑤(원수)놈들이 살아있는 한 절대로 마음을 놓지 말고 싸울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그려낸 승냥이 모습.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아동영화 ‘토끼형제와 승냥이’의 제4부 ‘부러진 검은 날개’을 방영하며 “원쑤(원수)놈들이 살아있는 한 절대로 마음을 놓지 말고 싸울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그려낸 승냥이 모습.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노동신문은 지난 4일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명의로 된 기사 ‘승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주체 조선의 것이다’에서 “우리의 명줄을 물어뜯으려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승냥이들이 감히 선불질을 한다면 지구 위에서 미국이라는 땅덩어리를 없애버릴 것”을 강조했다.
 
미국을 ‘승냥이’에 비유한 교육·교양은 그동안 북한의 반미 역사의식 형성과 정권의 강화·내부단속에 중요한 정치적 수단이 됐다.

 
김일성은 63년 2월 “승냥이의 야수적 본성이 변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며 “승냥이 새끼를 잡아다 길러도 그놈이 커서는 사람을 해치며 산으로 도망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제국주의를 미워하는 사상으로 군인들과 주민들을 철저히 교양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대미인식이 상징적으로 함축되어 드러난 최초의 문학작품은 한설야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장이 51년 발표한 단편소설 ‘승냥이’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미국인 선교사가 공을 훔쳤다며 어린 소년 수길이를 구타하고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전염병에 걸렸다며 병원에 입원시켜 독살하고, 이를 항의하는 수길의 어머니도 일본경찰에 체포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북한 교과서에 실려 반미교육의 대표적인 작품이 됐으며 2001년에는 영화로 제작됐다. 북한은 2015년 ‘승냥이’를 연극으로 공연해 주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의 반미사상교육에 활용했으며 문학예술의 대중적 파급력을 노렸다.  
 
김정일은 1998년 11월 반미교육의 거점인 신천박물관을 방문해 “미제의 야수성과 악랄성·잔인성·교활성을 똑똑히 인식할 것”을 당부하며 “신천박물관을 모든 주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이 중앙계급교양관을 참관하여 강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 주민들이 중앙계급교양관을 참관하여 강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도 2015년 7월 이곳을 방문해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들의 반제반미교양을 강화하는 것이 조국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5월 신천박물관을 참관한 주민이 올해에만 11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1970년 7월 반미공동투쟁월간(6월25일∼7월27일)을 지정하고 다양한 반미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