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아무리 귀중해도 절대로 구걸은 하지 않으리~”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두 시간여 뒤인 3일 오후 2시 30분. 북한 조선중앙TV는 ‘우리의 총창우(위)에 평화가 있다’는 제목의 경음악을 내보냈다. 이어 남자 아나운서가 등장해 “15시(한국시간 오후 3시 30분)부터 중대보도가 있겠다”는 예고방송을 했다.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방송에 내보낼 노래를 선곡할 때도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핵 실험 직전 김정은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 북한 관영언론들은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는 개념도의 사진을 노출시킨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화성-14형 미사일은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사정거리의 미사일이다. 미국을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보여주려는 의도인 셈이다.  
 
정부 당국은 최근 미사일로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던 김정은이 ’핵‘ 도발을 감행한 것에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올들어 미사일 발사실험을 이어가던 북한이 지난달 9일부터는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면서 구체적인 공격계획을 공개했다”며 “이어 괌을 상정하고 미사일을 발사(지난달 29일)한 직후 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핵으로 카드를 옮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5월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일인 화성-12, 7월 4일과 28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쐈다. 지난달 26일엔 250㎞짜리 단거리, 그리고 사흘 뒤엔 화성-12형 실사격 발사를 해 2700㎞를 날렸다. 한국과 일본, 괌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백화점식으로 선보이며 군사적 위협 수준을 높이다, 곧바로 북한의 핵 소형화 완성으로 여겨지던 6차 핵실험까지 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과 미국의 대화 기류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북한이 한발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요구가 먹혀 들어가지 않자 한미가 사실상 북핵 개발의 금지선(레드라인)으로 여겼던 핵실험 버튼을 눌렀다는 얘기다. 
 
김영수 서강대(정치외교) 교수는 북한이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핵개발 완성의 길로 로드맵을 정한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과 대화를 언급한 상황에서 핵실험을 단행한 건 대화와 핵무장력 완성을 별도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그 동안은 미국이 핵으로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핵을 개발한다며 건들면 찌른다는 고슴도치였지만 미사일과 핵실험을 동시에 함으로써 공격하는 적을 향해 돌진하며 공격하는 고슴도치가 되겠다는 면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철회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 등의 요구를 해 오던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할 경우에는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철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다.  
 
지난해 1월과 9월 두 차례의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했던 북한은 핵실험 직전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 관영언론들은 “대륙간 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진행하는 문제에 대한 문제를 토의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소탄시험 진행을 하기로 한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전날 김정은이 핵무기 연구소를 방문하고, 3일 오전에 국제정세와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분석 평가한 뒤 몇 시간뒤 핵실험을 한 셈이다. 국가정보원등 정부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김정은의 지시 후 몇시간 만에 핵실험을 실시하는 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핵물질이나 계측장비 등은 습기에 매우 취약해 핵실험 직전에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이들 장비들을 이동하고 설치하는데 몇 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몇일전부터 핵실험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ㆍ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