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병원에서 여성 환자가 고가 검사 장비인 PET-MRI를 찍고 있다.[중앙포토]

한 대학병원에서 여성 환자가 고가 검사 장비인 PET-MRI를 찍고 있다.[중앙포토]

'15분 진료'를 받은 환자의 검사비가 '3분 진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약도 덜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진단이 정확해지고 설명이 충실해지면서 집 근처 동네 병원으로 되돌아가는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로만 하면 15분 진료가 비용을 줄이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내달 중 내과·소아청소년과·외과 등의 중증환자와 희귀·난치 질환자를 대상으로 '15분 진료'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대병원 15분 진료의 길을 열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내과(호흡기·혈액종양·내분비)·소아정형외과의 일부 교수가 개인 차원에서 2년 전부터 15분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 병원이 지난해 8~9월 진료한 네 개 진료과 환자(3분 진료 29명, 15분 진료 36명)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15분 진료 환자 진료비가 15만6270원으로 3분 진료군(20만4005원)보다 23.3% 낮았다. 진찰료 수가는 3분 진료나 15분 진료나 같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오래 진료하니 검사를 덜하게 되고 약 처방을 줄이기 때문이다. 검사 갯수가 15분 진료군이 2.14건으로 3분 진료(2.72건)보다 21.3% 적었다. 환자당 검사비가 3분 진료(16만1870원)의 48% 수준인 7만8920원에 불과했다.  
 
◇충남대병원 정성수 교수 환자에 '질문 폭탄'
 
정성수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부 초진환자를 15분 진료한다. 숨이 찬 환자가 왔을 때 3분 진료하면 언제부터 그랬는지, 고혈압·당뇨병이 있는지 등 몇 가지 밖에 물을 수밖에 없다. 불충분하다 보니 환자가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충남대 호흡기내과 정성수 교수.[사진 정성수]

충남대 호흡기내과 정성수 교수.[사진 정성수]

 
반면 15분 진료하면 몸이 붓는지, 체중이 늘었는지, 잘 때 숨 차거나 기침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심장·폐의 소리를 들어보면 심장이 아니라 폐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도 가능하다. 
 
정 교수는 "정확한 진단에는 환자의 질병 이력을 듣는 게 70~80% 기여하고 검사는 15% 내외에 불과하다. 15분 진료하면 값비싼 불필요한 심장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이양균 교수 1시간 진료하기도 


이양균 순천향대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게 15분 진료는 기본이다. 어떤 경우엔 30분~1시간씩 진료하기도 한다. 가령 무릎 환자가 오면 증상을 다양하게 물어본다. 

순천향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균 교수. [중앙포토]

순천향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균 교수. [중앙포토]

  
또 허리·목 등을 훑어 무릎에 미치는 영향과 신체 균형을 체크한다. 무릎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나 생활습관 등을 문진(問診)한다. 문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많이 물어보고 여기 저기 신체를 촉진(觸診)해서 정확하게 진단한다. 꼭 필요한 검사만 한다"며 "생활습관까지 꼼꼼히 체크하기 때문에 재발하는 경우가 적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환자들이 다른 환자를 많이 소개한다고 한다.  
  
◇큰 병원 쏠림 완화에 기여



15분 진료를 하면 거주지 근처의 병원으로 돌아가서 진료 받는 환자가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에도 이롭다. 서울대병원 조사에서 집 근처 병원으로 간 환자의 비율이 15분 진료는 55.6%, 3분 진료는 32.5%였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5분 진료하면 종전 병원의 치료를 검토해서 설명하고 환자의 궁금증을 다 풀어줄 수 있다"며 "종전 병원 치료가 적절하다고 알려주면 거기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중앙포토]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중앙포토]

3분 진료하면 이렇게 할 수 없게 되고 환자는 동네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의 큰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지난달 20일 서울대병원 내과 외래진료 대기실에서 만난 신모(45)씨가 그런 경우다. 고혈압·당뇨 합병증으로 석달마다 진료를 받는다. 
 
전북 군산시에서 새벽잠을 설쳐서 상경한다. 신씨는 "의사가 '좋아졌다' '나빠졌다'고 말하고 생활습관 좀 얘기하다 보면 2~3분 진료가 끝난다.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자세히 묻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서울대병원을 찾는다.
한 대학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중앙포토]

한 대학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중앙포토]

◇의사 과실 위험도 감소
 
15분 진료를 하면 의사의 과실 위험도 줄어든다. 의료 분쟁 판결에서 가장 흔한 의사 과실이 설명 부족이다. 그런데도 잘 바뀌지 않는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대학병원의 진찰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는 원가의 50~54%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15분 진료의 수가를 지금(2만4040원)의 4.2배인 9만~1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정부는 서울대병원 등에 1년간 시범사업을 하되 환자 부담은 3500원 정도만 올리기로 했다. 시범기간이 끝나면 약간 더 오를 예정이지만 정확한 금액은 미정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박정렬·백수진 기자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