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중산층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한국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쓰는 중위소득(전체국민을 소득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기준이 널리 이용된다. 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누구나 골고루 산다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 중산층의 정밀한 개념이나 규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심충적인 개념의 중산층은 존재한다. 평양 중산층 기준이 무엇일까?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인민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바치신 헌신의 자욱(자국)'이라는 기사에서 유리병·통·수지병(페트병)약수 생산 공정을 새롭게 현대화한 강서약수공장을 소개했다. [사진 노동신문]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인민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바치신 헌신의 자욱(자국)'이라는 기사에서 유리병·통·수지병(페트병)약수 생산 공정을 새롭게 현대화한 강서약수공장을 소개했다. [사진 노동신문]

평양에서 생수·약수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본다고 한다. 평양에서 살다온 김진욱씨는 “당·군 간부, 외화벌이 일꾼, 돈주(신흥재벌) 등이 중산층 이상으로 간주되지만 이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집 앞에 있는 생수·약수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돗물의 수질이 좋지 않은 평양에서 약수·생수에 대한 수요는 높다”며 최근에는 ‘천연 소분자 샘물’이 높은 평을 받는다고 말했다. ‘천연 소분자 샘물’은 일반 물분자수보다 분자수가 훨씬 작아 물속에 들어있는 미량물질과 광물질을 인체 속에 빨리 침투시키는 건강에 좋은 광천수로 알려졌다.
 
그는 평양으로부터 71km 떨어진 천성산(해발고도 750m)에서 솟아나는 ‘삿갓봉 천연 소분자 샘물’이 노화방지·동맥경화·골소송증 등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키크기 효과까지 있다는 소문을 타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표약수인 강서약수는 재밌는 전래동화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한 농부가 농사지을 땅을 찾던 중 날개를 다친 백학 한 마리가 물웅덩이에 앉아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 학은 물로 날개를 씻고 마시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기이한 현상에 놀라 농부가 그 땅을 팠더니 신비의 물(약수)이 솟구쳤다는 이야기다. 뽀얀 안개 빛을 띠며 사이다 맛처럼 짜릿한 강서약수는 만성위염·위 및 십이지장궤양·만성간염·동맥경화증·당뇨병 등에 특효 있는 천연탄산광천수다.
 
또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인민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바치신 헌신의 자욱(자국)’이라는 기사에서 “73년 3월 김일성이 현지에서 강서약수공장 건설을 지시하며 제품 이름도 달아줬다”며 “위대한 원수님이 손길아래 태어난 공장”이라고 추켜세웠다.  
 
북한이 약수공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서약수공장을 찾아 한 발언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이 공장에서 새로 도입한 탄산가스 분리공정 등을 둘러보며 “강서약수공장의 생산정상화는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능라도 신덕샘물공장에서 생산된 '신덕샘물'은 평양의 호텔들에서 외국인들에게 공급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사진 '조선의 오늘' 캡처]

능라도 신덕샘물공장에서 생산된 '신덕샘물'은 평양의 호텔들에서 외국인들에게 공급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사진 '조선의 오늘' 캡처]

평양시에서 살다 탈북한 김모씨는 “80년대만 해도 평양 제1백화점에 가면 싼 값으로 강서약수·신덕샘물(생수)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89년 평양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북한에게 물로 외화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축전에 참가한 외국인들에게 금강산샘물·강서약수 등을 팔았는데 평이 좋았다. 이후 북한은 능라도 신덕샘물공장·고려동양샘물공장·용악산샘물공장 등을 건설하고 능라회사·동양회사·조선광천수회사 등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약수·생수를 수출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삿갓봉 천연 소분자 샘물’은 노화방지·동맥경화·골소송증 등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키크기 효과까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는 "‘삿갓봉 천연 소분자 샘물’은 노화방지·동맥경화·골소송증 등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키크기 효과까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평양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탈북한 이모씨는 “평양에서 질 좋은 약수·샘물(1리터)은 1000원∼1300원(북한돈)정도”라며 “한 달 치 월급으로 약수·생수 3∼4리터를 사면 지갑이 텅 비는 상황이어서 일반 주민들은 약수·생수를 정상적으로 사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김정은 체제 들어 시장이 확산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개인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중산층도 늘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에서 소비문화를 주도할 뿐 아니라 앞으로 사회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관측했다.
 
평안남도 양덕군 거상리 쌍룡산 계곡에서 솟아나는 '고려동양샘물'이 평양제1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평안남도 양덕군 거상리 쌍룡산 계곡에서 솟아나는 '고려동양샘물'이 평양제1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