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핵강국, 아시아의 로케트맹주국.
 
이는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성공적인 발사를 주장하면서 자화자찬하는 말들이다. 동방의 핵강국은 지난해 5월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북한을 ‘동방의 핵대국’이라고 처음 언급한 이후부터 사용하다가 변경한 단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밝히면서 ‘동방의 핵강국’을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성공적인 발사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성공적인 발사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아시아의 로케트맹주국은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언급한 말이다. 그는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조선(북한)의 장쾌한 수소탄 폭음으로 이어지고 동방의 핵강국, 아시아의 로케트맹주국의 축포성으로 메아리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아시아의 로케트맹주국’이 ‘동방의 핵강국’과 함께 언급되면서 두 단어가 한 세트가 돼 버렸다.  
 
윤동현 인민무력성 부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지난 6일 ‘동방불패의 핵강국, 세계적인 로케트맹주국’으로 부르며 최용해의 말을 더 진화시켰다. ‘아시아의’에서 ‘세계적인’으로 수식어를 변경하며 그 범위도 확장했다. 그 이후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1면에 ‘동방불패의 핵강국, 세계적인 로케트맹주국’을 사용했다. 앞으로 핵·미사일과 관련된 수식어를 어디까지 진화시킬지 두고 볼 대목이다.
 
이번 화성-14형의 성공은 선전선동으로 국가를 운영해 온 북한에게 호재였다. 지난 6일에는 대규모 평양시 군중대회까지 열었다. 그 자리에서 화성-14형 개발의 주역인 장창하 북한 국방과학원장이 눈물을 흘리며 축사를 했다. 그는 “국방과학원은 미제가 흰 기를 들고 우리 앞에 무릎을 완전히 꿇게 될 그 날까지 정의의 핵보검을 더 억세게 버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평양 뿐 아니라 개성·회령 등 지방 도시에서도 군중대회를 열었고, 평양은 10일부터 12일까지 축하공연을 이어갔다. 김정은은 화성-14형의 성공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김일성·김정일 훈장 등을 수여했다.
 
북한이 이 처럼 화성-14형의 성공에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고 ‘잔치’를 하면서 스스로를 ‘동방불패의 핵강국, 세계적인 로케트맹주국’으로 부르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북한은 그 이유를 3가지로 들어 주간지 통일신보 2015년 3월 28일자에서 설명했다.
 
첫째, 핵무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의 업적 가운데 업적이 북한을 핵강국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일의 유산’으로 핵보유국들만이 1945년 핵무기가 처음으로 사용된 이후 70년 동안 테러를 제외한 여러 전쟁에서 군사적 침략을 당하지 않았듯이 북한도 그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유산’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세계가 제재·봉쇄하고 압박을 가하더라도 피눈물을 삼키고 허리띠를 조이면서 힘겹게 마련한 핵무기·미사일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둘째,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법제화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201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자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를 법령으로 채택해 핵보유를 법제화했다. 북한은 이를 두고 “핵무기는 미국의 달러와 바꿀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핵무기를 대화 마당이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정치적 흥정이나 경제적 거래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면 법을 고쳐야 하는데 이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셋째, 미국의 핵위협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B-52) 등이 북한을 핵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북한과 미국은 오늘까지도 교전상태를 지속하는데 미국이 ‘북한 붕괴’를 언급하면서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핵무기·미사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실무회의에서 특유의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왼쪽부터). 트럼프 뒤쪽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은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실무회의에서 특유의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왼쪽부터). 트럼프 뒤쪽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은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북한은 세 가지 이유로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을 설득하기에 어림도 없는 이유다. 다만 북한은 핵무기·미사일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돼 버렸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4강들은 내부 문제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여유가 없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가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재편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과 지지율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나마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재정난을 제외하면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북핵·미사일은 당분간 어쩔 수 없이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