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열린 제17회 밀라노국제영화제의 국제단편 부문에서 영화 '아리아'로 다빈치(최우수)상을 수상한 신현창 감독과 최은서양. [사진  임현동 기자]

지난 5월에 열린 제17회 밀라노국제영화제의 국제단편 부문에서 영화 '아리아'로 다빈치(최우수)상을 수상한 신현창 감독과 최은서양. [사진 임현동 기자]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지난 5월에 열린 제17회 밀라노국제영화제(MIFF)에서 ‘아리아’(순 우리말로 어린아이, 천사)라는 영화로 국제단편(15~30분)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다빈치(최우수)상을 수상한 신현창(43) 감독. MIFF는 2000년부터 독립영화를 장려하기 위해 열리는 영화제다. 한국은 3년 전 영화 ‘봄’이 MIFF에서 대상과 촬영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받아 화제가 됐다.
 
‘아리아’는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진입한 열 살 남짓 여자아이와 이 아이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사관 직원의 이야기를 다룬 북한 인권 영화다. 2016년 제6회 북한 인권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제영화제에 첫 도전장을 내민 신 감독은 “단편 부문은 경쟁이 치열해 수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이탈리아와 ‘정서적인 접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출품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우리와 같은 반도 국가로써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끊임없는 이념 갈등을 겪어왔기에 다른 국가보다 북한 인권을 정치적인 아닌 감정적인 시선으로 봐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며 출품 이유를 설명했다.  
 
신 감독은 이 영화의 키워드로 ‘정체성’과 ‘선택’을 꼽았다. 그는 탈북민들이 한국 혹은 제3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정체성’의 위기와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다. 
 
영화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주인공 은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신 감독은 “그들은 자기들에게 닥칠 미래를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워하는데, 이는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의 두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감독은 “사람들이 보통 탈북 에피소드 자체에 관심을 갖거나 탈북민이 자유국가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거창하게 이념적 갈등을 다루는 것보다 주인공 은혜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접근이 “유럽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해져 수상하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주인공 은혜역을 맡은 최은서(10)양은 장난기 어린 초등학생인데도 시각장애를 앓는 소녀의 불안한 표정 연기를 기대이상으로 해 주었다. 신 감독은 “탈북민의 감정 표현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은서가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은서양은 “최대한으로 은혜의 상황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다”며 여유있게 말했다. 
 
이경주 인턴기자 lee.kyo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