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대기, 3분 진료’는 한국 의료계의 불편한 현실이다. 환자가 쏠리는 대형 대학병원에서는 1분 내로 진료가 끝나기도 한다. 환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의사한테 궁금증을 풀지 못하면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한테 물어본다. 여기서 잘못된 정보를 믿었다가 오히려 병이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진국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환자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건넨다. 전화나 카톡으로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사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진국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환자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건넨다. 전화나 카톡으로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사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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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52)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환자에게 명함을 건네는 의사다. 명함에는 병원 진료실이 아니라 개인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그는 환자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와도 마다하지 않고 받는다. 문자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카톡)도 환자에게 열려 있다. 이런 방식으로 연간 600여 건의 상담을 한다.  
 
 다음은 신장투석환자와 주고 받은 카톡의 일부다. 
"쉬는 날 죄송합니다.어제 저녁에 투석하다 기계가 고장나서 중단하고 아침에 2.3%(투석액의 농도) 수동으로 했습니다. 수동 약이 4.5%뿐인데 계속 같은 걸로 내일까지 해도 될까요.바로 답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신장투석 환자)
 "하셔도 되는데 투석액이 많이 빠져나올 수 있으니 혹시 그러면 갈증이 나지 않도록 물 좀 챙겨드세요~."(김 교수)
신장병에 관련된 질문만 받는 게 아니다. 복약 상담, 가족의 건강 상담, 응급상황 대처법 등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환자와 이야기한다. 
 "교수님 쉬는 날에 자꾸 죄송합니다. 지금 동네병원에서 신종플루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양성 나와서 약을 먹게 되면 제가 먹는 약과 같이 먹어도 되는 거죠?"(환자)
 "예. 신장 기능은 정상이라 같이 복용하셔도 됩니다. 오랜만에 흰눈이 내려 겨울 분위기가 나네요. 감기 빨리 나으시길!!"(김 교수) 
김 교수는 1990년대 무선호출기(삐삐)를 사용할 때도 번호를 환자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예전보다 환자와 이야기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고 말한다.
 김 교수가 이렇게 환자와 소통하는 이유는 환자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서다. 신장 이식을 했거나 투석을 받은 중증환자, 고령 환자,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와 많이 소통한다. 김 교수는 현재 의대 교육부학장, 병원 교육수련실장, 내과장 등을 맡고 있어 진료외 다른 일이 많다. 각종 평가와 교육 일정 때문에 직원들이 김 교수를 보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개인 시간을 쪼개 스스로 ‘초과 근무’를 자처한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충북 단양에 거주하는 복막투석 환자와 나눈 카톡 진료 상담[사진 김진국 교수] 김진국 교수가 신장질환 환자와 카톡으로 나눈 건강상담 내용. [사진 김진국 교수] 김진국 교수와 환자가 신종플루 접종과 관련해 카톡으로 상담한 내용 [사진 김진국 교수] 해외여행 중인 환자와 진행한 카톡 진료 상담 [사진 김진국 교수]
병원일도 바쁠텐데, 개인 시간까지 써가며 환자 상담을 하는 이유는.
="환자들은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다. 여기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다. 중하지도 않은 환자가 지레 겁먹고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보다 내가 조금 고생하는 게 낫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를 위한 첫걸음이다."
힘들지 않나.
="즐기면 괜찮다(웃음). 종종 새벽에 전화를 거는 환자도 있다. 환자 입장에서 오죽 힘들고 답답하면 전화를 했을까 생각한다. 통화가 끝날 때는 환자들이 '미안하다' '고맙다'고 말한다. 그럴때면 오히려 내가 '괜찮다'고 위로한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전공의 시절부터 돌본 여성 환자가 있다. 2001년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부천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그 환자가 나를 따라왔다. 이 환자는 두 차례 신장 이식을 받았다. 수술이 잘 돼 건강을 되찾았고 2014년 결혼했다. 말하기 쑥스럽지만 '제2의 삶을 선물해준 분에게 꼭 부탁하고 싶다'며 나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주례를 보기에는 젊은 나이라 부담돼 사양하다가 환자 어머니까지 부탁해 주례를 섰다. 그런 뜻깊은 자리에 나를 불러주는 환자가 있어 고맙다.”
김진국 교수는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보면 사진을 찍어 생일을 맞은 환자에게 보낸다. [사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진국 교수는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보면 사진을 찍어 생일을 맞은 환자에게 보낸다. [사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일부 진료과에 의사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 지금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시대다. 환자와 소통을 통해 공감을 얻고, 환자들이 믿고 따라야 진정한 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도 환자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