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국어열풍이 한국에 못지않다. 외국어에 능통하여 외국과 연관이 있는 직종에서 일을 하면 달러벌이가 쉽다는 이유로 부유층을 중심으로 탁아소 시절부터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20일 “요즘 평양에서는 대학입학을 위해서 뿐 아니라 졸업 후 더 좋은 직업·수입을 위해서 외국어를 잘 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어려서부터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유층들의 유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3∼4살 탁아소 어린이들이 영어로 읽고 말하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5살 전까지 사람의 두뇌발달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고 방송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3∼4살 탁아소 어린이들이 영어로 읽고 말하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5살 전까지 사람의 두뇌발달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고 방송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평양의 지하철, 대학도서관, 인민대학습당(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외국어 공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열중하는 학생·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 합영·합작회사를 비롯하여 대외 연관기관·기업들에서 일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각종 외국어 강습·원격강의들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실력을 높여가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인민대학습당 영어·중국어 강습은 희망자가 너무 많아 대기를 거쳐야 수강이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 여행·유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외국어를 잘 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최고의 코스는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나 평양외국어대학 등에 입학하는 것이다. 북한은 대학입학 시험을 해당 학교에서 치른다. 그런데 일반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이 대학입시를 볼 수 없다. 
 
각 도에 하나씩 있는 외국어학원(한국의 외고) 졸업생들에게만 시험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평양시외국어학원·청진외국어학원·신의주외국어학원 등 외국어 특목고에서는 영어·중국어 등을 가르치는데 이 학원에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다. 
 
학원은 소학교(초등학교) 졸업생들 가운데서 외국어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시험을 거쳐 모집하는데, 학원 입학을 위해 자녀들을 소학교 소조(과외시간에 우수 학생들을 따로 집중 교육시키는 동아리)에 보내거나 개인과외교습을 시키는 것은 필수이다.  
 
평양시 외국어학원(6년제)은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이다. 여기서는 입학 후에도 꾸준히 학생 실력테스트를 하면서 학생들을 선별한다. 이 학원은 3학년에 시험을 통해 성적이 아주 우수한 학생들을 평양외국어대학 부속인 중앙외국어학원 4학년에 편입시킨다. 중앙외국어학원 정도 나와야 김일성대·외국어대학 입학시험 통과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영재교육의 궤도에 자기 자녀를 일찌감치 올려놓으려는 부모들의 열성은 탁아소·유치원 시절부터 치열하게 나타난다. 대북소식통은 “부유층 자식들이 어렸을 때부터 매달 30∼50달러 정도의 비싼 영어 과외수업을 받는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3∼4살 탁아소 어린이들이 영어로 읽고 말하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5살 전까지 사람의 두뇌발달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어린이들은 국가의 관심 하에 과학적인 보육교양을 받으며 자라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시장에서 원화가치의 하락과 달러가치의 상승, 빗장을 열고 세계로 나오려는 주민들의 열망, 영재 양성정책 등이 외국어열풍을 몰아오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