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ㆍJTBC의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 '시민, 말하다'를 연재합니다. 대선을 계기로 같은 공간에서 살아 가는 동시대인들이 풀어 놓는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평화의 나라, 네팔에서 온 나라연(49)씨입니다.
                                             사진=우상조 기자, 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cho.mina@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cho.mina@joongang.co.kr

  한국 친구들, 안녕하세요. 저는 네팔에서 온 나라연이라고 합니다. 지금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에서 네팔·인도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네팔 국적의 아내와 막내 아들도 함께 살고 있지요.
 
  제가 처음 한국에 온 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1994년도였어요. 저희 집안이 네팔에서 봉제공장을 하면서 무역업을 했기 때문에 저 역시 러시아와 한국 등을 오가면서 무역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러시아 모스크바에 공장을 짓고 한국의 대기업 대우 등과 무역을 했어요. 그런데 98년도 한국에 IMF가 닥치면서 대우가 무너지고 저희 회사도 많이 어려워지면서 일을 접게 됐어요. 러시아에서 사업 때문에 한국 친구들과 많이 교류를 하면서 한국에 애착이 많이 생겼어요. 한국에 들어와서도 오토바이 수출 사업 등을 하다가 2007년 즈음 식당을 오픈하게 됐죠. 지금이야 커리 전문점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제가 처음 음식점을 열었을 때만 해도 서울에 외국 음식점이 많지 않았어요. 안암동에도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있어서 외국인 교수님·학생이 많은데 할랄(halal) 음식 찾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가게를 여니까 종교상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못 먹는 외국인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한국 손님들도 많이 좋아하시고요. 그 당시만 해도 현지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저와 아내가 아침 6시부터 경동시장을 돌면서 재료를 구하러 다녔어요.
 
   저에겐 네팔에서 공부하고 있는 첫째 아들과 한국에서 태어난 둘째 어덜샤(11)가 있습니다. 어덜샤는 종암초등학교 5학년인데, 과학자가 돼서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어덜샤는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를 배우고, 수영과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네팔 말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답니다. 성격이 긍정적이라 친구도 많고 잘 적응하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에요. 가끔 '피부색만 다를 뿐인데 어떤 친구들은 나를 네팔 사람으로만 보는 것 같아'라고 털어 놓기도 하지만요. 저의 아내, 어덜샤의 엄마도 학교 일 때문에 아주 바빠요. 녹색어머니회도 꼬박 꼬박 가고요. 러시아에서 태어나 네팔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첫째도 내년에 한국 대학을 진학하고 싶어해요. 첫째 아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 네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게 저의 꿈이랍니다.
 
  저와 제 가족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지만, 현재 한국의 이민법이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저희는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기업투자비자(D8)로 체류하는데 2년 마다 갱신을 하고 있어요. 저는 매년 세금을 꼬박 꼬박 내고 한국 분들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하지만 갱신 기간이 너무 짧아요. 만약 사업이 불안정해져서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막내는 어떻게 하나요. 이 아이는 한글이 더 편해서 네팔에선 적응하기 어려울 거예요. 일본의 경우 사업이 안정되고 납세를 잘 하면 체류 기간이 한국보다 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도 5년 또는 7년으로 늘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공부하는 기간 만큼이라도요. 또 네팔 전문 음식점이다보니 현지에서 요리사를 초청하고 싶은데 그 절차도 복잡하더라고요. 90년대 한국에 올 때까지만 해도 일본에 비해 한국의 이민법이 더 좋고 외국인이 살기 좋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한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어요. 저는 외국인이라 투표권은 없지만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살아 나는 것이 저의 첫째 바람이에요. 우리가 여기 살고 있으니까요. 그 다음으로 한국이 지금보다 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과 내국인들이 서로 같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해요. 저희 가족이 보여주듯 이미 국경이 사라진 시대니까요.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정유정(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인턴기자 peoplemic@peoplem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