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중동 조정관을 지낸 필립 고든. [알케트론]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중동 조정관을 지낸 필립 고든. [알케트론]

 
“2018년 12월 북한의 서울 포격으로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죽는다.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의 군사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대응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이 쓴 글 중 일부다. 주인공은 백악관 중동 문제 조정관을 지낸 필립 고든 미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A)’ 5·6월호에 ‘트럼프의 전쟁 전망(a Vision of Trump at War)’이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글에서 저자가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다. 2018년 ‘벌어질’ 한국 전쟁이 묘사됐다. 고든은 글 기고 전인 2017년 3월까지 일어난 사실을 근거로 가까운 미래를 그렸다. 글의 형태는 “소설(fiction)” 이다. 이 글에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북한, 중국, 이란을 지목했다. 특히, ‘또 다른 한국 전쟁(The Next Korean War)’이란 소제목에서 고든은 한국전쟁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2018년 12월 북한의 서울 포격으로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죽는다. 상호보호조약에 따른 미국 정부의 지휘로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의 군사 지역을 포격한다. 평양 인근 벙커에 있던 '괴짜 독재자' 김정은은 ‘서울과 일본 도쿄를 완전히 불태워버리라’는 성명을 발표한다. (북한이) 비축한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언급하면서다. ‘제국주의(Imperialist)’ 세력이 즉각적으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 배경으로 그는 과거 미 정부의 북한 핵 포기 유도 정책이 실패로 끝난 점을 꼽았다. 그는 “지난 1994년 (북한 핵 개발 포기가 골자인) 제네바 합의를 북한이 어겼고, 이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며 “그간 수많은 회동(talks)이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2017년 현재 북한은 열두 기가 넘는 핵탄두를 소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고 했다.
 
이런 국면에서 터진 ‘전시 상황’(2018년 12월)으로 트럼프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고든은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해 기꺼이 ‘자멸’이란 리스크을 안을줄은 많이들 예상 못했다. 이제 트럼프는 전쟁을 계속해 핵 위기를 고조시키거나, 굴욕적인 후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중국과의 협력이 미비했던 점을 지적했다. 고든은 “(북핵 협상과 관련된) 임계점은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 국가인 중국의 협조를 얻는 것이었다”며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대립적인 접근 방식(confrontational approach)을 취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집권 2년 간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가 크루즈 미사일 연쇄 공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는 등 북한 핵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이어 그가 ‘우린 이기는 전쟁(winning wars)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글을 매듭지었다.
 
고든은 평소 트럼프의 외교 정책과 관련된 독설로 유명하다.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허용한 러시아를 “무능하다(Incompetent)”고 비난한 것과 관련,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의 ‘러시아와 친구가 됩시다’ 공약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상충했다. 모두가 눈물로 끝날 것을 예측했었다”는 기고문을 올렸다. 미국이 러시아와 친구가 될 수 있단 몽상에서 깨어나 마찰이 빚어지고 불신이 생겨난다는 분석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