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은 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만 작성해야 한다. 그중에는 녹음 유언도 있다. 스마트폰의 녹화 기능에는 녹음 기능도 당연히 포함되므로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유언이 유효하려면 증인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유언장을 작성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언장의 가치가 수백억원을 넘는 사례를 목격하기도 한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홍길동씨는 300억원의 자산을 가진 중견사업가다. 그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있지만 유독 첫째에게 정을 많이 줬다. 홍씨의 사업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등 사업수완을 발휘해 홍씨를 도왔던 공이 있기 때문이다. 홍씨는 그 보답으로 첫째에게 생전에 2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증여해 회사 경영권을 보장해줬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씨는 첫째를 위해 유언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홍씨는 스마트폰으로 ‘내가 죽으면 내 명의로 남아있는 전 재산 300억원을 첫째에게 준다. 다만 사업상 은행에서 대출받은 20억원의 부채는 첫째가 갚아야 한다. 나머지 자녀들은 내 결정에 따라야 하고 내가 죽은 후 상속분쟁 등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내가 죽으면 지리산에 나를 묻어달라’는 영상을 찍은 다음 스마트폰을 비밀금고에 보관했다.’
 
이 유언장의 가치를 따져보려면 몇 가지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먼저 유언 방식에 관한 것이다. 유언장은 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만 작성해야 한다. 그중에는 녹음 유언도 있다. 스마트폰의 녹화 기능에는 녹음 기능도 당연히 포함되므로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유언이 유효하려면 증인이 필요하다. 녹화나 녹음이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유언의 진실성을 입증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인 없이 이뤄진 녹화는 유언장으로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빚 갚는 방법은 유언으로 안돼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유언 내용에 관한 것이다. 위 유언장을 분석하면 ①전 재산을 첫째에게 줄 것 ②빚은 첫째가 갚을 것 ③상속분쟁을 일으키지 말 것 ④지리산에 묻어줄 것 등 네 가지의 요구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위 네 가지 유언은 모두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유언 내용 역시 법에서 하라고 한 것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유언법정주의’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민법 제47조는 ‘유언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죽으면 내 재산으로 재단을 설립해라’는 유언을 남긴 경우 법적 효력이 있다. 하지만 법에 ‘유언으로 묻힐 장소를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홍씨의 유언 중 ‘지리산에 묻어 달라’고 하는 것은 유언으로 효력이 없다.
 
빚을 갚는 방법도 유언으로 남길 수 없다. ‘빚을 갚는 방식을 유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홍씨의 빚은 상속비율만큼 자녀들에게 4분의 1씩 분배된다. 따라서 자녀들은 5억원씩 갚아야 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자녀들이 상속분쟁을 일으키지 말 것을 유언장에 작성했더라도 역시 효력이 없다. 법에 ‘유언장으로 상속분쟁을 금지시키면 추후 상속분쟁 소송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민법 제1012조는 ‘유언으로 상속재산 분할방법을 정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홍씨의 네 가지 유언사항 중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는 것은 ‘전 재산을 첫째에게 줄 것’이라는 것 한 문장뿐이다.
 
이제 사전 지식 점검은 끝났다. 본격적으로 유언장이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지 점검해 보자. 유언장은 왜 써야 할까?
 
유언장을 써야 하는 이유는 생전 증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홍씨는 첫째에게 증여한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빼고도 3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홍씨가 유언장을 쓰지 않았다면 상속재산 분배는 어떻게 될까? 남아있는 300억원을 네 명의 자녀가 나누어 한 명당 75억원씩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오답(誤答)이다. 상속재산 분배 때는 첫째에게 생전 증여한 재산까지 포함해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첫째에게 생전 증여한 200억원은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처리될 뿐이지만 상속재산 분배 때는 ‘상속’으로 처리된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상속분의 선급’이라고 한다. 상속분(相續分)은 상속으로 받을 비율을 뜻하는 말이고, 선급(先給)은 ‘미리 받음’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다.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처리한다는 말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면, 어차피 상속으로 받을 재산을 방식만 바꿔 증여를 통해 ‘미리’ 받았을 뿐 결국 그 본질은 상속이라는 뜻이다. 거칠게 이야기한다면 상속분 계산에 한해서는 ‘자녀에게 한 증여=자녀에게 한 상속’이라는 도식도 성립할 수 있다. 이는 대법원이 꾸준히 취해오고 있는 상속재산 분배 처리 방식이다.
 
유언장 작성 때 유류분도 따져봐야 

대법원 판례가 취하는 상속분의 선급 이론에 따라 사례를 분석해 보자. 홍씨가 유언장을 쓰지 않았을 경우, 첫째에게 증여한 200억원은 명목상으로는 증여이지만 상속재산 분배 때는 상속재산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홍씨가 남긴 재산은 300억원이 아니라 500억원이 된다. 첫째에게 증여한 200억원이 합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네 명의 자녀가 나누면 125억원이 된다. 이것이 바로 홍씨의 자녀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법정 상속분이다. 그런데 증여를 상속으로 처리하는 대법원의 이론에 따르면, 첫째는 이미 200억원의 재산을 홍씨로부터 받았다. 따라서 첫째는 아버지가 남긴 300억원의 재산에 대해 상속권이 없다. 그렇다면 홍씨 명의로 남아있는 재산 300억원은 첫째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자녀들이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다. 즉 나머지 자녀에게 100억원씩 재산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유언장이 없는 경우, 첫째는 아버지 재산 300억원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유언장이 있는 경우, 첫째가 300억원을 독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홍씨가 정확한 방식을 따라 스마트폰 유언을 한 경우, 그 유언의 가치는 300억원이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 보자. 유언장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재산 문제는 끝나게 될까? 그렇지 않다. 유류분이 있기 때문이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에게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재산분배 권리를 말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나머지 세 명의 자녀들은 여전히 불만이 있다. 형은 200억원의 재산을 받은 반면 자신은 100억원 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만약 동생이 유류분만큼의 재산도 받지 못한 경우라면 형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에 첫째에게 생전 증여한 재산을 더한 다음 아버지가 남긴 빚을 뺀 금액을 기초로 산정된다. 이 금액을 상속인 수인 4로 나눈 다음 0.5를 곱하면 홍씨 자녀들의 유류분을 계산할 수 있다. 홍씨 자녀들의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은 홍씨가 남긴 재산 300억원에 첫째에게 증여한 재산 200억원을 더한 다음 20억원의 빚을 뺀 480억원이 된다. 480억원을 4로 나누면 120억원이 되는데, 여기에 0.5를 곱한 금액인 60억원이 홍씨 자녀들의 유류분이다.
 
결국 홍씨가 첫째에게 한 증여의 액수는 적절했다. 첫째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은 100억원씩 재산을 받았는데 이는 유류분에 해당하는 60억원보다는 크기 때문이다. 즉 홍씨의 자녀들은 모두 유류분을 초과하는 금액을 상속받았으므로, 유류분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가정의 상속분쟁을 방지하려면 한 자녀에게 몰아서 증여하면 안 된다. 즉 유류분 분쟁을 피할 만큼의 증여와 유언장 작성이 조합돼야 상속분쟁을 막을 수 있다. 홍씨는 유언장 작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 분배를 마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증여를 통해 유류분 이상의 재산이 각 자녀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상속플랜을 세운 결과 가정의 평화까지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자필유언과 공증유언 선호 경향
유언에 대해서는 각종 오해가 난무한다. 그중 흔한 오해는 유언을 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 재산을 탐내는 자녀가 아버지로부터 유언장을 받은 후 아버지에 대한 효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언을 무르면 되는 것이다. 자필유언의 경우라면 증서를 찢어버리면 되고, 공증유언의 경우 다시 작성하면 된다. 그것도 싫으면 그냥 자녀에게 주기로 했던 재산을 팔아버리면 된다. 생전 행위와 저촉되는 유언은 자동적으로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언장 작성 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유언장 작성 때의 팁은 또 있다. 유언집행자 선정을 잘 해야 한다. 부동산, 은행 예금, 어느 회사의 주식 등 콕 찍어 유언한다면 문제가 덜 심각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전 재산의 절반을 둘째에게 준다’는 유언을 한 경우 ‘전 재산’이 얼마인지, 절반의 범위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상속인 간 의견이 대립된다. 이 때를 대비해 믿을 만한 사람으로 유언집행자를 정하면 그가 주도적으로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유언자가 원하는 대로 유언을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 재산의 절반을 둘째에게 주는 유언이라면 유언의 혜택을 제일 많이 받는 둘째가 유언집행자가 되면 좋다.
 
스마트폰 유언의 예를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유언 방식은 자필유언과 공증유언이다. 자필 유언은 모든 내용을 자필로 작성해야 함은 물론이고, 작성일까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유언 작성의 연·월까지만 표시하고 날짜가 없는 유언은 효력이 없다. 또한 주소도 써야 하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까지만 기재하고 그 뒤의 주소를 적지 않은 유언은 효력이 없다. 다만 도장 대신 무인(拇印), 즉 지장을 찍어도 무방하다.
 
자필유언과 공증유언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자필유언의 경우 유언자 사망 후 유언장의 진위 여부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자필유언이 적합하지만 상속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면 공증유언이 적합하다.

-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