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들이 ‘구두’에 눈뜨고 있다. 옷차림과 헤어 스타일에 치중하던데서 ‘패션의 완성’으로 일컫는 신발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평양을 중심으로 중산층 이상 여성들이 유행을 이끌고 있다는 게 대북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최신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외화상점은 노동당 간부나 군부 고위층 부인이나 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원 등은 몰래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반입하거나 뇌물로 바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여성의 경우 장마당을 선호한다. 중국산 신발이 주로 유통되지만 한국산도 암암리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신발 디자인을 모방한 ‘짝퉁’이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 류원신발공장이 일본 기업인 아식스 제품을 모방해 만든 운동화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원산구두공장에서 생산된 ‘매봉산’ 상표 구두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원산구두공장에서 생산된 ‘매봉산’상표 구두들이진열돼 있다. [사진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북한 여성들은 브랜드보다 모양새나 컬러, 편안함 등을 감안해 구두를 선택해왔다. ‘어디’ 제품이라는 것보다 겉모양으로 구분한다. 북한 여성들이 즐겨신는 ‘몽구두’는 앞 코가 둥근 구두를 말한다. 하이힐은 ‘굽높은 구두’로, 부츠는 ‘겨울장화’로 불린다. 샌들 형태의 구두를 통틀어 ‘싼따루’(샌들의 일본식 발음으로 추정)로 칭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평양에서 발간되는 월간 『금수강산』 4월호는 원산구두공장을 소개하면서 이 곳을 4차례나 방문한 김정은이 “구두풍년이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구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맵시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볍다”며 만족감을 표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생산되는 구두는 ‘매봉산’ 브랜드다. 김정은이 직접 붙여준 이름이라 금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 북한 매체의 주장이다.
 
이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신발생산 실태는 열악하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합의에 따라 2007년 신발과 의복·비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000만 달러(우리돈 904억원) 어치를 현물로 북한에 지원했는데 낙후된 생산시설에 맞지 않아 제3국에서 저급한 원료를 따로 사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가 어떤 신발을 신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경주 인턴기자 lee.kyo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