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남북한 통일 표준글자판을 들고 포즈를 취한 조석환 한국정보관리협회장. [전민규 기자]

자신이 만든 남북한 통일 표준글자판을 들고 포즈를 취한 조석환 한국정보관리협회장. [전민규 기자]

남북한 교류가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산업표준화가 업계의 화두였던 때가 있었다. 남북한의 서로 다른 컴퓨터 글자판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남북한의 산업표준화는 오랜 분단의 영향으로 ‘구호’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석환(72) 한국정보관리협회장은 달랐다. 북한과 끈질기게 합의하고 남한에서 기술특허까지 얻어 최근 완성품을 내놓았다. 이름은 ‘한겨레 통일 표준글자판’(이하 ‘통일 글자판’)으로 했다.
 
조 회장은 “거창한 통일담론보다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통일을 시작해 보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남한의 한글과 북한의 조선글의 사용 빈도에 따라 ‘통일 글자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통일 글자판’의 배열은 자음의 경우 북한의 글자판, 모음인 경우 남한의 글자판을 응용해 개발했다. 글자판 운영체제(OS)도 남한은 MS를 거의 사용하지만 북한은 유럽과 같이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MS, 리눅스 겸용으로 제작했다. 아울러 요즘 트렌드에 맞게 1년 전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한겨레 통일 표준자판’ 앱도 설치했다.
 
 
자신이 만든 남북한 통일 표준글자판을 들고 포즈를 취한 조석환 한국정보관리협회장. [전민규 기자]

자신이 만든 남북한 통일 표준글자판을 들고 포즈를 취한 조석환 한국정보관리협회장. [전민규 기자]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조 회장은 글자판 연구에만 40여 년을 몰두했다. ‘통일 글자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 국가기술표준원 컴퓨터자판 전문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뒤 이듬해 북한을 왕래하면서부터다. 조 회장은 “남북한의 학술교류를 통해 통일에 대비한 글자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당시 회상했다.
 
북한의 파트너는 학술교류를 담당했던 민족화해협의회였으며 북한의 왕래가 불편해 중국의 조선족 언어정보처리학회를 중간 경로로 이용했다. 조 회장은 “‘통일 글자판’이 실생활에 사용되기까지 시간과 검토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민간의 이런 노력들이 통일의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