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 KBS] 

19일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 KBS]

▲ 유승민=  전술핵 재배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미공동자산으로 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는 거의 실전배치 됐다고 봐야하거든요. 근데 전술핵재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이죠.
▲ 문재인 = 반대한다.
▲ 유승민 = 그럼 우린 전술핵도 없이 금강산 개성공단 찬성하는 것인가.
▲ 문재인 = 전술핵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폐기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 미국도 반대하지 않는가.
▲ 유승민 = 전술핵 재배치는 우리가 스스로 핵무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하는데 사드도 반대하고 전술핵 재배치도 반대하고 무슨 수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나.
▲ 문재인 =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도 반대한다.
▲ 유승민 = 미국이 공식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문 "전술핵 재배치 미국이 반대한다"
 
19일 KBS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토론에 한반도 전술핵(소형 핵탄두·핵 지뢰 등) 재배치 문제를 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설전을 벌였다. 두 후보 간에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입장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미국 정부의 입장을 놓고 문 후보는 “미국도 전술핵 재배치 반대한다”고 말했고, 유 후보는 “미국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라는 주장을 각각 내놓았다. 전술핵 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뭘까? 또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없는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 정부의 가장 최근 입장은 4월 16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측의 언급에서 엿볼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보좌관은 기내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면서 “현재 (전술핵 재배치는) 계획에 없다”고 언급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왼쪽)이 1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왼쪽)이 1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991년 주한미군 전술핵 전면 철수
 
이 관계자의 말처럼 미국은 지난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과 중국의 세력 억제 차원에서 총 11개 유형의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한 바 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후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소련과 전술핵 감축에 합의한 뒤 한국에서 전술핵을 전면 철수했다. 
 
이어 남북한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이후 미국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펜스 부통령 측의 최근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 언급만 놓고 향후에도 주한미군에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펜스 부통령의 언급과는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전술핵 재배치도 옵션 중 하나로 검토"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4일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의 2인자들이 회의를 열어 모든 옵션이 논의되었고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인 경고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약 25년 전 한국에서 철수시켰던 미국의 전략적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 역시 북한과의 무기 배치 경쟁을 촉발시키는 조치일 수도 있지만,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실장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북핵 문제는 이전 정부에 비해 정책적 우선 순위가 돼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와 옵션을 검토중이고 그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관련해서 박 실장은 “전술핵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온 미국 입장에서는 비용문제, 기존 정책기조를 바꿔야 하는 부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는 세가지 측면에서 재배치 결정이 쉽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전술핵 재배치하면 북 핵보유국 인정하는 셈"
 
고유한 동국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당장 전술핵 배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고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중국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비핵화라는 목표는 물건너가는 것”이라며 “때문에 북핵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실제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이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발했다. 
 
고 교수는 이어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흘리면서 적절히 활용하는 측면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주한 미 대사로 근무한 도널드 그레그가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분석이다.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에 핵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북한이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지적할 것이 분명하다”며 전술핵 재배치 불가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해 북한이 4, 5차 핵실험을 하자 당시 국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을 때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9월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 미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9월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 미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9월 13일 당시 미 국무부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서울에서 가진 회견에서 “한미동맹이 매우 강력하고 확장억제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공약도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두 나라 정상 뿐아니라 군사 전문가들도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정부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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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 하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전술핵 배재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 6차 핵실험 하면 전술핵 재배치 논의 급물살 가능성도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트럼프는 오바마 정책을 반드시 승계해야 할 부담이 적다”며 “이전에는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논의 가능한 담론으로 떠올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미국의 입장이 지금과는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맨 끝에 있는 옵션일 수 있지만, 6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병광 실장도 “현 단계에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모든 옵션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실전에 배치하는 단계에까지 가게 되면 전술핵 재배치 옵션이 주요하게 고려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여러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지만 현 단계에서 미 정부의 공식입장은 전술핵 재배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