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정각이 되자 평양역 대형시계가 종을 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집에서 일제히 전등이 켜지고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북한에서 수령으로 떠받들여지고 있는 김일성(1994년 사망)의 출생 105주인 지난 15일 평양에서 벌어진 일이다. 도대체 그 새벽에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15일 김일성생일 105주년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 및 군중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15일 김일성생일 105주년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 및 군중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17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새벽에 평양 전체가 부산을 떨어야 했던 건 김일성 생일 축하 열병식과 군중대회 준비 때문이다. 수 십 만명의 평양 시민들은 저마다손에 꽃다발을 들고 중구역 창전거리와 영광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형 미사일을 포함한 전략무기를 총동원하는 군사 퍼레이드와 군중시위를 준비한 북한당국은 원만한 행사 진행을 해야한다며 비상을 걸었다. 이례적으로 지하철 운영 시작시간까지 앞당겼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1호행사가 예견된 열병식 행사를 위해 북한 당국은 평양 시민들을 정해진 예비소집 장소에 새벽 6시까지 집합하도록 했다 북한에서 1호행사라고 하면 김일성이나 김정일 관련행사나 김정은이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를 뜻한다.
 
열병식 하루 전부터 국가보위성의 보위원들은 옥류교와 대동교를 기준으로 김일성광장 방향을 둘러싸고 모든 인원을 차단시켰다. 일각에서 ‘포스트 김정은’ 체제에 대비한 플랜이 제기되고, 김정은 제거 등 극단적인 조치까지 불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북한에서는 김정은 경호가 최고의 중요사항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해서 북한은 열병식 시작 4시간 전부터 ‘행사대오’를 집결시키고 각 기관의 당위원장들은 국가보위성에 넘겨진 인원 리스트 순서로 대열을 정돈시킨다. 대기 장소에서는 새벽에 집을 나오며 아침을 건넨 일부 주민들이 주먹밥을 먹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당위원장들은 소속성원들의 대열이탈을 염려하여 물을 적게 마시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행사 2시간 전부터는 각 구간에 차단했던 검열초소들을 개봉하고 보위원들이 한사람씩 인물을 확인하며 김일성광장 쪽으로 통과시킨다.  
 
이날 행사성원들은 핸드폰을 가지고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되었다. 1998년 처음으로 휴대폰을 보급한 북한에서는 최근 들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37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대다수 평양시민들은 휴대폰사용을 일상화하면서 1호행사장 출입질서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대북소식통은 “북한당국은 13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여명거리 준공식에도 경호문제를 이유로 외신기자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차단했다”고 전했다.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이하여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참가했던 대열이 평양시 주요도로를 따라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이하여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참가했던 대열이 평양시 주요도로를 따라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15일 열병식대오는 김일성광장의 주석단을 통과한 후 평양시 주요도로를 따라서 시가행진을 하고 평양시민들의 환영을 받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모든 평양시민들이 ‘연도환영’행사(거리에 줄지어 늘어서 진행하는 환영 행사)를 위해 집합장소를 찾아 거리로 나서면서 15일 평양시는 새벽부터 북적이었다고 대북소식통은 전했다.
 
이날 열병식 축하연설에 나선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전면 전쟁에는 전면 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군인들과 군중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조국통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고위 탈북인사는 “북한의 이러한 행사 시스템은 유일영도체계가 낳은 산물로써 수령절대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