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직격탄 맞은 제주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언제나 유커들로 가득했던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전면 중단 지시 이후 한산해졌다. [뉴시스]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언제나 유커들로 가득했던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전면 중단 지시 이후 한산해졌다. [뉴시스]

#제주도 서귀포에서 갈치조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양모(55)씨는 10일 여행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한숨을 쉬었다. 이달 말 식사 예약을 했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양씨는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예약 취소 전화를 받았다”며 “매출 절반을 유커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뾰족한 수도 없고 정말 큰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도가 30개 여행사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3~9일 사이 11만7588명의 중국인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이모(69)씨는 요즘 잠을 설치고 있다. 퇴직금에 아내의 쌈짓돈까지 털어 산 제주도 분양형 호텔 때문이다. 이씨는 2013년 3억6000만원을 들여 2실을 분양받았다. 분양 당시 ‘연 11% 확정 수익 보장’이라는 조건에 끌려서다. 지난해 초 완공 후 8월까지만 해도 월 300만원이 통장에 입금됐다. 하지만 최근 두 달간 아예 수익금을 받지 못했다. 운영업체에선 “유커가 오지 않아 객실 가동률이 50%밖에 되지 않으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씨는 “손님이 없어 돈을 못 벌었다니 막무가내로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당장 생활비가 없어 곤란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드 폭풍’이 제주도를 휩쓸고 있다. 관광업계에 이어 호텔·상가·주택시장까지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가 제재 수단으로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제한하고 나선 영향이다. 상당수 중국인 단체관광 프로그램에 제주도 여행이 포함돼 있어 제주도가 받는 충격이 여느 지역보다 크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유커는 306만1522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5%에 이른다.
 
호텔업계는 비상이다. 그간 공급은 크게 늘었는데 든든한 수요층이었던 유커는 줄었기 때문이다. 2012년 7689실에 불과했던 제주도 내 호텔은 현재 2만 실을 넘어섰다. 특히 실별로 분양받을 수 있는 분양형 호텔이 급증하면서 피해를 보는 개인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제주도엔 분양형 호텔 1만2000여 실이 공급됐다. 공실(빈방)이 늘어나면서 수익률은 떨어지고 공사가 중단된 곳도 있다. 지난해 말엔 서귀포시의 한 호텔 14실에 경매시장에 나왔다. 첫 경매에선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가 두 번째 경매에서 감정가의 50~70%선에 주인을 찾았다. 
 
자산관리업체인 태경파트너스 박대범 본부장은 “분양형 호텔은 집과 달리 매매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실이 나면 꼼짝없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주요 상권은 침체에 빠졌다. ‘제주 속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는 한산해진 거리만큼이나 임대료도 하락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층 상가 평균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0.8% 하락했다. 2층은 2.2%, 지하층은 1.6% 내렸다.
 
여파는 주택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제주도 미분양 주택은 353가구로, 전달보다 30% 증가했다. 집을 다 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40가구에 불과했지만 올 1월 106가구로 2.5배 늘었다.
 
제주시 노형동의 L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주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생활숙박업이나 공유주택 등을 하려는 수요가 적잖았는데 싹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보유한 제주도 땅은 지난해 상반기 853만㎡로, 전년 하반기 대비 6.7% 감소했다. 그간 중국인 수요가 몰리며 올랐던 제주도 부동산 몸값에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시경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은 “중국인이 2015년 3.3㎡당 5만원에 산 땅이 외국인특별법 적용으로 관광단지로 개발되면서 3.3㎡당 1000만원이 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좋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정부는 현재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이어 한국 기업 전체로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매장에 트집(소방점검)을 잡아 벌금을 부과하거나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식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당장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큰 걱정이다. 매년 중국중앙방송(CC-TV)이 ‘완후이(晩會)’라는 소비자 불만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대개 외국계 기업이 타깃이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만약 프로그램에서 타깃이 된다면 영업정지뿐 아니라 사업을 철수해야 할 수도 있을 만큼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