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피살 사흘 뒤인 16일은 김정일의 75회 생일이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0시를 기해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이번 김정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도 북한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2인자’로 불리던 최용해(사진) 노동당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5 또는 0으로 끝나는 소위 ‘꺾어지는 해(정주년)’에는 행사를 더 성대히 치르고 있으나 75회 생일에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용해 신변이상설과 함께 극비 방중설이 흘러나왔다. 최용해는 2013년과 2015년에도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한 일이 있다.

최용해 방중설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지난 12일 방중했으나 방중 기간에 김정남 피살 사건이 일어나 발이 묶여 있다는 말도 돌았다. 12일은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을 발사한 당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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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관계자는 “최용해가 지난 12일 시험발사에 대한 경위 설명을 하기 위해 급거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첩보가 있었으나 알아보니 해당일에는 베이징에 내리는 북한 고려항공편 비행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남 피살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방중했을 가능성도 있어 확인 중에 있다”며 “다만 중국 외교부가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최용해 정도의 인물이 과거 특사 등으로 중국을 갈 때는 한 번도 비공개로 간 적이 없다”며 “다만 김정남 피살사건의 비중이 있는 만큼 최종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들은 사흘째 침묵을 지켰다. 3대 관영 매체 중 하나인 인민일보는 지면에 사건 자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신화사는 16일 피살자가 김정남으로 확인됐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발표만 간략히 전했다. 중국 중앙TV(CC-TV)도 비슷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침묵을 의미한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에 이어 16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보도를 통해 사건 진전을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 질문에는 “아는 바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중국이 침묵하는 이면엔 복잡한 셈법이 있다. 이 사건으로 북·중 관계가 요동치는 게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그 첫째다. 중국 내 일부 세력이 김정남을 보호하며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하려 했던 내막이 드러나는 것도 원치 않는 바다. 중국 소식통은 “2013년 무렵까지 김정남이 베이징에 오면 개인 주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마련해준 안가에서 보호를 받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