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식 공포정치를 뒷받침하는 신진세력이 북한 내 권력구조에서 급부상하고 있다고 북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상(한국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 해임을 주도하기도 했던 이들 세력에 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김정남 피살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이번 사건에도 이들 신진세력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16일 “박태성(62) 평안남도위원회 위원장, 조용원(59) 조직지도부 부부장, 조남진(연령 미상)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등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급(차관급)들이 김정은식 공포정치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박태성과 조용원의 경우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달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드러나지 않은 북한의 비선 실세’로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조직지도부는 당·군·정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쥔 노동당의 핵심 부서다.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보유한 국가안전보위성, 인민보안성(한국의 경찰청) 등 공안기관들에 대한 감독도 조직지도부의 역할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이영호 전 총참모장,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을 주도했던 조직지도부의 원로 조연준(80)·김경옥(80대 추정) 제1부부장들을 2선으로 물리고 김정은이 조직지도부 내 신진들을 주변에 등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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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은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8월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임명되면서 측근으로 부상했다. 현재 지방농장으로 좌천된 최휘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함께 두 사람이 노동당에서 ‘김정은의 오른팔, 왼팔’로 불렸다. 성격 자체가 저돌적인 박태성은 ‘김정은의 돌격대장’으로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조용원은 2015년부터 김정은의 수행 횟수가 점점 늘더니 지난해엔 황병서(40회) 총정치국장을 제치고 수행 횟수 1위(47회)를 기록했다. 조용한 성격의 그를 두고 내부에선 “일처리가 면도날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조남진은 군 내부에서 당 정치사업을 추진하거나 군 간부 선발 등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의 넘버 2다. 고령의 황병서(77) 총정치국장을 대신해 총정치국의 실권을 쥐고 있다.

이들 3인방 외에도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직지도부 출신들이 몇 명 더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조직지도부 출신이 공포정치를 선호하는 건 전략 마인드가 부족하고 자극적인 행동을 즐기는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고, 조직지도부 특유의 조직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총인원이 1000명 정도인 조직지도부는 북한 내 조직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이기로 유명하다. 보안 의식이 강해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혹시나 외국 사상에 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경죄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바깥 세상과 단절되면서 당연히 조직 문화와 조직원의 행동 성향이 ‘내부지향적인 무조건 충성파’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이 정치 집단화하면서 김원홍 해임과 미사일 발사 등을 주도하고 있다”며 “김원홍처럼 언젠가 김정은에게 도전세력이 될 만한 사람들은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정치경험이 미숙한 데다 피해의식이 강한 김정은의 주변엔 공포정치를 지지하는 아부꾼들만 득실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