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각종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북한경제가 성장하거나 안정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북제재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는 얘기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의 ‘KDI북한연구’에 실린 ‘2016년 북한경제 동향 평가와 설명 가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경제의 성장·안정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2년 연속 감소했던 북중무역액은 지난해 58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6억달러, 수입은 8.3% 증가한 32억달러였다.

북한의 대중국 무연탄 수출이 규모와 수출단가 측면에서 모두 회복된 것이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t당 40달러까지 떨어졌던 북한산 무연탄 수출가격은 연말 급등해 80달러 위로 치솟았다.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도 회복 징후는 뚜렷했다. 북한 중공업 생산이 전력 등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전년보다 호조세를 보인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 사이에서 “북한 전력사정이 예년보다 나아보였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게 저자인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의 전언이다.

공업제품들도 북한산 제품의 판매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소비수준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식량생산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군수산업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산업생산 증대 가능성을 높여주공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시장환율과 쌀가격이 예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그 동안 북한 경제를 특징지웠던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현상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제제가 대외교역 규모 등 물리적 측면은 물론 북한 주민의 경제적 심리 등 여타 측면에서도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체제’와 ‘김정은 체제’의 경제시스템 변화에 주목한다.

북한에서는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 원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달러화 현상이 발생했다. 즉 상당수 주민들이 북한 원화 대신 달러화·유로화·위안화 등의 외화를 일상통화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달러화가 통용되는 시장경제와 북한 원화가 통용되는 기존 경제의 ‘이중경제’ 현상이 발생했다. 달러화를 흡수해야 할 처지가 된 당국도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경제 효율성이 증대하고 주민 구매력이 늘어났다는 게 이 선임연구위원의 가설이다.

달러화의 부상과 시장경제화로 과거보다 안정적인 경제체제가 구축됐을 수 있고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달러화와 시장경제 시스템의 구축 가속화가 이뤄졌다면 대북제재의 파장이 이전보다 커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점은 남는 의문이다. 또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요인사들의 탈북과 북한의 과민반응 등 대북제재가 북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정황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유엔을 통한 다자제제는 별 영향이 없었지만 개성공단 폐쇄 등의 양자 제재는 북한에 타격을 입히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이 때문에 올해 북한 경제의 양태를 보면 대북제재의 효율성에 대한 판단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세종=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