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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불의 약속』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단편소설집 『불의 약속』이 출간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문학예술출판사가 2014년 펴낸 이 소설집은 지난해 증보판이 나왔으며 최근 방북한 일본 인사를 통해 입수했다.

2010년 9월 후계자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의 실명 소설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북한 주민에게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고 우상화 작업을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의 약속』은 실명의 김정은을 주인공으로 한 11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었다. 김일성 주석의 말년을 다룬 실명 장편소설 『영생』 집필자인 백보흠과 1차 핵위기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활동을 그린 다큐멘터리 소설 『역사의 대하』 저자인 정기종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시기는 김정은이 후계 수업을 받던 2009년부터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12월 직후다. 군사·산업·교육·양묘 등 분야에서의 현지지도를 주로 다뤘다.

 첫 장인 ‘하늘과 땅, 바다’는 2009년 4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 2호 발사를 둘러싼 김정은의 역할이 주제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등장하기 전임에도 전략로켓트사령부를 현지지도하고, 김정일 주재 최고사령부 작전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김정은은 로켓 발사 당시 외부의 공격에 대비하는 ‘반타격전’을 지휘했다.

이 작품에는 김정은이 졸업한 김일성종합군사대학 동기생이 항공연대장으로 나온다. 이 대학 동기생들은 지금 북한 노동당 부부장급으로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2월의 그이’는 김정일 사망 직후의 조문 국면을 다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남한 인사의 방북과 2009년 김 전 대통령 국장 당시 김기남 비서의 서울 방문을 각색했다.

 소설집은 곳곳에서 김정은이 ‘인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켰다. 연대장 부인의 심장 수술을 주선하고, 몸이 좋지 않은 군총정치국 부국장에게 숟가락으로 약을 떠서 건네주고, 재입국한 지방의 탈북 여성을 평양의 아파트 단지에 살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정은의 후계를 정당화하는 묘사도 눈에 띈다. “김형직 선생(김일성의 아버지)께서는 아들 대에 못하면 손자 대에라도 혁명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혁명은 증손자 대에서도 계속해야 한다고…”라는 얘기가 두 편에서 소개됐다.

 김정은은 여러 편에서 직접 운전하는 것으로 나온다. “몸소 조향륜(핸들)을 잡고…” “직접 운전대를 잡고 가속답판(가속페달)을 힘껏…” “운전사 동무, 나하고 빠꿔 앉읍시다” 등등. 또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콤퓨터를 다시 마주하고…어느 한 단위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열어…” 결재하기도 한다. “이 비행 모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세계 그 어느 나라의 비행장이나 비행기들의 활용 범위, 그 성능까지 다 알 수 있다”는 김정은의 직접화법도 소개됐다.

북한은 김일성의 경우 『불멸의 역사』 총서(叢書)로, 김정일은 『불멸의 향도』 총서로 일대기를 그려낸 바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