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따라 5·24 대북제재 조치를 취한 지 어제로 5년이 지났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이 조치의 해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는 만큼 전면 해제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실험 등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감안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무한정 단절되면서 남북이 분단 70주년인 올해마저 해빙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에 동력을 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인 올해도 절반 가까이 지나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이 정부가 거창하게 꺼내든 카드들이 죄다 지지부진한 원인이 바로 5·24 제재다. 이로 인해 대북 소통이 근본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나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 허용 같은 우회적 방법으로 출구를 찾으려 하지만 한계가 명백하다.

 그런 만큼 5·24 해제는 정부의 결단에 달렸다. 제재가 5년째 이어지면서 북측도 상당한 손해를 봤다. 연간 직접 손실만 3억 달러에 달하고, 외교적 고립 같은 간접적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훨씬 커진다. 무력 도발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북측에 인식시킨 효과는 충분히 거둔 셈이다. 정부가 5·24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명분이 없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제재가 풀리려면 북한의 선택도 똑같이 중요하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는 마당에 정부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재를 전면 해제하기엔 큰 부담이 따른다. 북측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여론을 의식해야 할 정부로선 해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북한은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 회담에 속히 나와 5·24를 비롯한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풀어야 한다. 천안함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접고 남측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접점을 찾는 것만이 5·24의 유일한 출구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