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숨진 국군 포로의 며느리와 손자·손녀가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탈출했다. 천신만고 끝에 선양 주재 대한민국 영사관에 인계됐다. 하지만 영사관은 이들을 공관 아닌 민박집에 들여보냈다. 손자가 “밤마다 악몽을 꾸며 공포 속에서 보낸다. 우리 살 길은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영사관에 머물게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며칠 뒤 중국 공안이 민박집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같이 머물던 국군 포로 가족 6명과 북한으로 끌려가 정치범 수용소에 투옥됐다.

 2006년 탈북했다 북송된 국군포로 고(故) 이강산(1996년 북에서 사망)씨 가족의 비극적인 실화다. 서울중앙지법은 25일 이씨의 남측 가족이 “국가가 국군 포로 가족의 보호를 소홀히 했다”며 낸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군 포로 가족이 중국에 불법 체류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국가가 상응하는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이한 신병처리와 실효성 없는 외교적 대응을 했다”는 이유였다.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국군 포로 가족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5일엔 2004년 탈북했다 하루 만에 체포돼 북송된 국군포로 고 한만택씨의 남측 가족에게도 국가가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한씨가 체포된 직후 남측 가족들은 국방부에 구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9일 뒤에야 외교부·국정원에 상황을 통보했다. 외교부 역시 중국 공안에 한씨 송환을 요구하지도, 한씨를 면담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 끌려간 한씨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은 끝에 2009년 숨졌다.

 한씨는 18세 때 6·25가 터지자 기꺼이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았고 72세 나이에 조국의 품을 찾아 두만강을 건넜다. 하지만 한씨가 목숨을 걸고 지킨 조국의 공무원들은 그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책무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인 게 부끄럽다. 누가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정부는 할 일을 하지 않은 공무원들을 엄중 처벌하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국군포로 송환도 반드시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