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가 예사롭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첫 업무를 대북 제재 행정명령으로 시작했고 미 하원도 첫 청문회를 ‘북한 때리기’로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국정연설에서도 소니 픽처스 해킹사태를 언급하며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대화를 살리려고 애써온 우리 정부의 기조와 엇갈리는 흐름이다.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건 박근혜 정부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다. 시간도 많지 않다. 오는 3월 초 키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이 개시되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고 고위급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올해 남북관계는 아무런 결실 없이 지나갈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제재란 돌발 변수를 잘 관리해 한·미 공조에 어긋남이 없게 하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묘수를 찾아야 한다.

 미국은 “제재와 대화는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찰총국의 사이버 테러에 본토가 공격당했다”고 믿는 워싱턴 조야가 북한을 보는 눈길은 전례 없이 차갑다. 게다가 북한에 비판적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말만 믿고 낙관론에 빠져 워싱턴 기류를 파악하는 데 소홀하면 안 된다. “대화를 제의했지만 저쪽에서 안 나오는 걸 어떡하냐”는 말만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해서도 안 된다. 북한과 공개 대화가 어렵다면 물밑 접촉이라도 해서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북한도 박 대통령의 대화 요구에 침묵하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만 되풀이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미국의 제재 예봉(銳鋒)을 피하고, 한·미의 틈을 벌리려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해봤자 원하는 걸 얻을 길은 없다. 자중하면서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편이 좋다. 북한이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남북대화에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