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를 언급한 대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측면이 적지 않다. “전제조건 없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혀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화답한 게 대표적이다.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밝힌 것도 전향적이다.

 하지만 남북이 기싸움을 벌여온 민감한 이슈들과 관련해선 원칙론적 언급에 머물렀다. 특히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대북 전단 살포 중단과 5·24 제재 해제에 대해선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도발과 유화공세를 반복하며 진정성을 의심케 해온 북한의 행보 탓에 박 대통령이 대범한 제안을 하기엔 부담이 컸을 수 있다. 하지만 분단 7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를 선제적으로 이끌 창의적 구상이 제시되지 않은 건 아쉽다. 올해는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힘 있게 펼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회견에서 밝힌 대화의지를 실현할 후속조치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김정은 제1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에 화답하며 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인 점, 흡수통일 아닌 ‘평화통일’을 강조한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평양이 고립과 재정난을 타개할 유일한 길은 서울과의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