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촉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을 압제로부터 해방하고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적 역동성을 분출시킬 통일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통일이 수반하는 위험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다. 수십 년간 서울도 워싱턴도 외부 압력으로 북한의 체제변화를 꾀하는 것은 적극적인 전략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래 북한의 불안정성이나 붕괴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숙고해야만 했다. 분석가들은 북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하지만 그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나 ‘아랍의 봄’ 같은 역사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러나 김정은 리더십이 갈팡질팡하는 데다 폭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직 확률은 낮다 해도 북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진 게 사실이다. 북한 급변사태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역대 한국 정부들의 난제였다. 계획 수립 자체가 북한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동맹관계인 한·미 양국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비상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상호 불신을 낳기도 했다. 애초에 계획 수립을 바란 것은 미국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일성 사후에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계획 수립의 속도를 늦췄다. 햇볕정책과 모순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아예 막을 것인가, 발생하더라도 인접국에 영향이 파급되는 것을 막는 수준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선용(善用)할 것인가를 두고 양국 정부 입장이 갈렸는데, 한국의 접근방식이 미국보다 훨씬 신중했다. 최근에는 양국 입장이 수렴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의견 일치가 어떻게 유지될지는 양국에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달렸다.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점은 한국 정부 내에서 통일부와 다른 정부 부처 간에 통일 계획에 대한 의견차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국방부가 계획을 독점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모든 미국 정부 부처들의 간여가 필요한데 말이다.

 이제 서울과 워싱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각자의 국익과 양국 공통의 목표에 대한 새로운 사고다. 내가 보기에 양국은 다음 5가지 목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북한 사태가 한국, 미국, 인접국으로 번져 물리적인 손상을 끼치는 것을 막는 게 당면한 리스크다. 둘째, 북한 사태의 전개가 통일의 가능성을 낮추기보다 높여야 하지만, 사태 발생 직후부터 통일 과정에 진입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핵물질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강대국들이 서로 세계 전략적 이해를 수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중국·일본을 소외시켜선 안 된다. 다섯째, 이미 언급한 4가지 목표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북한 주민에게 최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어떤 계획이든 첫 번째 원칙은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역사에서 지금만큼 한국이 주도해야 할 필요성을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확신한 적은 없다.

 이러한 목표에서 구체적인 필요조건이 나온다. 물론 현재의 정치적, 세계 전략적 환경에서 필요조건을 포착해 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미국은 앞으로 국방비를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대폭 삭감한다. 물론 한반도에는 효과적인 억지력을 위해 충분한 병력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급변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다시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 미군의 최고 관심사는 핵물질을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 역시 대량살상무기와 핵시설의 확보·제거 활동에 참가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지만 베이징은 현재 동맹국인 북한의 붕괴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데 지극히 신중하다. 한·미 양국은 위기에 대비해 최소한 중국과 더 나은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양국 목표의 테두리를 중국 측에 전달해야 한다. 중국은 아마 북한이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목표와 배치된다. 중국도 물리적 피해의 방지, 대량살상무기의 확보, 세계 전략적 이해의 수렴 차원에서는 한국·미국과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그 공유의 폭을 중국의 국가이익으로 제한하겠지만 말이다. 중국은 또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난민들이 휴전선보다는 압록강을 건널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할도 빠트릴 수 없다. 미국은 일본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미국은 일본 내 미 공군기지를 활용하지 않고 한국을 방어할 수 없다.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일본은 민간인 대피라는 이해관계가 있다. 이런 것들은 한국·일본·미국이 사전에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성질의 문제들이다. 3국 협력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정치적인 논란 때문에 협력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 일본 정치지도자 역시 과거사를 언급할 때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한국 통일은 전 세계에 대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급박하고 예측하지 못한 사태부터 통과해야 한다. 지금 그 대비책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위기의 와중에 계획을 수립하는 건 더욱 힘들 것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