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4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 도착한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오른쪽)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야당의 대공 수사권 이관 요구에 대해 “제3국을 통한 간첩 침투가 많아 검·경으로의 이관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사이버전을 핵·미사일과 함께 3대 전쟁수단으로 규정하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대남 심리전·해킹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담부대인 사이버사령부도 창설해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북한 사이버전 실태를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남 원장은 사이버전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 내용을 소개했다. 김정은이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김정은의 직접적인 언급 내용은 정보수집 출처 보호를 위해 비밀로 엄격히 관리된다. 남 원장이 이를 정보위에서 공개한 건 여야 의원들에게 북한 사이버전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남 원장은 지난달엔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3년 내 무력통일을 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는 첩보를 정보위에 보고했었다.

 북한이 군부의 대남조직인 정찰총국과 관련 연구소 등을 주축으로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고, 노동당과 국방위 산하 7개 해킹조직에 17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남 원장은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국정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때 밝힌 1000여 명 규모보다 훨씬 늘어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선컴퓨터센터 등 외화벌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관의 종사자 4200여 명도 사실상 사이버전을 위해 동원하거나 사이버 공격 조직을 지원하는 인력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사이버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돼 조직이나 전문인력의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한·미 정보 당국이 대북 정보활동을 통해 관련 사항을 추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남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선전선동부, 국방위원회 적공(敵攻)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 등이 망라된 대남 사이버 선전전도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보고다. 대남 공작기관인 225국 등은 중국과 일본 등에 해킹이나 사이버전 거점을 만들어놓고 국내에 확산시킬 선전·비방 내용 등을 올리거나 지령 형태로 전달하고 있다. 최근 적발된 간첩 수십 명 중 상당수가 스테가노그래피 수법을 이용해 사이버활동을 하는 등 지능화하고 있어 수사당국은 추적과 혐의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

 통전부가 운영하는 ‘우리 민족끼리’ 등 80여 개 사이트에 400여 개 SNS를 활용해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는 점도 공개됐다. 내국인 주민번호를 도용하거나 종북 이적단체의 구성원들을 동원해 국내에 선전선동이나 비방 글을 실시간 유포,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원장은 이날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보고 시간의 상당 부분을 북한의 사이버전과 해킹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대북정보에 할애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을 부른 댓글 파문과는 별개로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활동은 강화해 나갈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이석기 RO도 사이버 정치선전=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비밀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가 온라인 정치선전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RO는 CN커뮤니케이션즈 내 조직원 20여 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선전조직을 만든 뒤 지난 7월부터 인터넷상에 반미·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북핵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왔다. CN커뮤니케이션즈는 이 의원이 세운 정치컨설팅 및 선거홍보 대행업체다.

 이들은 ‘온라인 매일실천-매일검열’ 체계를 갖추고 ‘100일 전투기간’을 정해 활동했다고 한다. 조직원 1인당 트윗과 리트윗은 1만 개 이상, 페이스북 글쓰기 및 추천은 3000개 이상이 할당됐다고 한다. 글은 반미·반정부 또는 북한을 옹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이들의 온라인 선전활동은 월간 단위로 평가가 이뤄졌다”며 “실적이 부진하면 반성문 성격의 ‘총화서’를 제출토록 해 자아비판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이영종·윤호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일반 사진이나 음악·문서파일 내부에 기밀정보를 은밀하게 암호화해 숨겨 전달하는 수법.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왕 히스티에우스가 노예의 머리를 깎은 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문신으로 새겨놓았다가 나중에 머리카락이 자라 문신이 보이지 않게 됐을 때 외부로 전달한 데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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